‘메르스 민폐국’ 추락한 ‘사스 예방 모범국’

이현정 기자
수정 2015-06-04 03:12
입력 2015-06-04 00:10
12년 전보다 후퇴한 방역
중국과 홍콩에서만 6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1명의 확진 환자도 내지 않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까지 받은 한국이 ‘메르스 민폐국’이 됐다.방역체계가 12년 전보다 후퇴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조기 방역 태세 미흡을 꼽는다. 우선 2003년 사스 사태는 중국과 홍콩에서 먼저 발생했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일찍 비상 방역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방역의 최전선인 공항에서부터 철저하게 검역을 실시했고 국내에 사스가 발생할 경우 국민 대응 요령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에도 보건당국의 사스 전담 인력은 4~5명 수준으로 매우 적었으나, 고건 당시 총리를 중심으로 ‘사스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전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사스와의 ‘전투태세’를 갖췄다. 상위 부처인 국무조정실이 나서자 국방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움직였다. 고 전 총리는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을 불러 “사스 방역도 국가를 방어하는 일이다. 군의관과 군 간호 인력이 필요하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덕분에 군 의료진 70여명을 공항 사스 방역에 투입할 수 있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일단 초기 대응이 늦었다. 주변국에 환자가 없었고 중동에서도 2012년부터 3년간 환자가 매우 적게 발생해 보건당국은 긴장을 늦췄다. 최초 환자도 입국할 때는 발열 증상이 없어 공항 방역망을 제지 없이 통과했다.
이후 초기 대응만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환자 확산을 막을 수 있었지만, 보건당국은 최초 환자 발생으로부터 2주일이나 지난 2일에서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을 복지부 장관으로 격상하는 등 재빨리 움직이지 않았다. 천병철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3차 감염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등의 얘기는 과거의 데이터인데 보건당국이 이런 데이터를 기준으로 매뉴얼을 작성해 방역을 하다 보니 허점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2015-06-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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