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오너 유병언씨 일가 실체] 유씨 은닉재산 등 수천억… ‘오대양 사건’ 여파로 한때 몰락
수정 2014-04-23 09:24
입력 2014-04-23 00:00
부도 1년반 만에 34억으로 청해진 설립…선박·조선업체 사들여 사실상 ‘세모’ 재기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은 1987년 집단 자살로 종결된 ‘오대양 사건’의 여파로 몰락한 세모그룹의 후신이다. 세모그룹은 한때 한강 유람선을 운행했으나 1997년 파산했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1991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헌금에서 11억원을 끌어다 쓴 혐의로 구속돼 4년간 복역했다. 목사로도 활동했으며 지금은 ‘아해’(兒孩)라는 예명으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억만장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이 주요 작품이다.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22일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련 회사들의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세모그룹이 최종 부도처리된 지 1년 반 뒤인 1999년 2월 개인주주들이 자본금 34억원으로 설립했다. 청해진해운은 ㈜세모에서 분사된 세모해운의 선박과 사무실 등 유형 자산을 120억여원에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 7월에는 조선업체 ㈜천해지가 ㈜세모의 조선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된다. 당시 천해지의 주주는 ㈜새천년, ㈜빛난별 등 법인과 우리사주조합 등이었다.
3년 뒤인 2008년 천해지의 주주구성은 아이원아이홀딩스와 ㈜다판다, 문진미디어 등으로 바뀐다. 같은 해 청해진해운의 주주 구성도 증자를 거쳐 개인주주에서 천해지(19.3%), 아이원아이홀딩스(9.4%) 등으로 바뀌고 이후 추가 증자로 개인주주의 지분은 점점 줄어든다. 세모그룹의 주력 사업이었던 연안운송 사업은 청해진으로, 조선사업은 천해지로 넘어가면서 세모그룹이 사실상 재건됐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차남 혁기(42)씨 등 유씨 일가가 주축이 돼 2007년 10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운 회사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1년 반 동안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2009년 말 기준 87억 4500만원으로 늘렸고 관련 회사들의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은행에서 담보대출은 받지만 증자 시에 상호출자했기 때문이다. 경영진도 관계사 임원을 임명하는 방법으로 내부 결속을 유지했다.
이날 재벌닷컴에 따르면 유씨 일가는 홍콩, 미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 진출해 13개 해외 법인을 설립, 운영하면서 자산을 불린 것으로 확인됐다. 진출 당시 270억원이었던 자산은 부동산 투자 등을 주로 추진하면서 1000억원대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의 사진 작업에도 계열사들이 엮여 있다. 천해지는 2012년 아해프레스프랑스 지분 24.51%를 인수했다. 아해프레스는 유 전 회장의 해외 사진전을 기획하며 2012년 프랑스 중부의 한 마을을 7억 7000만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해외 계열사가 활발히 벌인 부동산투자의 하나다. ‘4년간 하나의 창문에서 260만장의 사진’을 찍었다는 사진작가 아해의 홈페이지(ahae.com)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서울 근교 자택 근처에서 사진 작업을 주로 해왔다. 전시회 등의 업무는 차남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대균씨는 고(故) 이종범 일성화학 대표의 사위이며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4-04-23 5면
관련기사
-
檢 한국해운조합 본사·인천항 운항관리실 압수수색
-
하나 둘 드러나는 유병언 그룹의 속살
-
<세월호침몰> 檢 유병언 일가 비자금 의심 계좌 확보
-
檢, 유병언 자택등 압수수색에 관계자들 ‘당혹’
-
<세월호참사> 檢 ‘구원파 핵심’ 유병언 일가 정조준
-
<세월호참사> 국세청, 유병언 전회장측 탈세 여부 정밀분석
-
<세월호참사> 세월호·유병언·항만비리 ‘사정수사’ 돌입
-
檢 유병언 자택 등 청해진해운 관련 10여곳 압수수색
-
<세월호참사> 특별세무조사 받는 ‘천해지’는 어떤 회사
-
청해진해운 지원금 수천만원 챙기고 선원 1인당 안전교육비 4600원 사용
-
[세월호 침몰-엉터리 정부] 반토막 난 해양안전 예산… 과실 예방 사업비 작년 0원
-
[세월호 침몰-엉터리 정부] 중징계 5년간 0건… 솜방망이 처벌 무사안일 키웠다
-
[세월호 침몰-엉터리 정부] 해수부 공무원 해운조합 취업제한
-
[세월호 침몰-오너 유병언씨 일가 실체] 세월호 선장 ‘구원파’ 신도설 제기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