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무속, 예술 안에서 삶을 보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5-03-10 00:47
입력 2025-03-10 00:47

전직 대통령 장례지도사·여성국극인·무속인 ‘당골’까지
현실 속의 이색직업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

이색 직업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한다. 평소 마주하기 어려운 이들의 삶을 따라가 보는 일도 흥미롭고 이를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일상에서 마주하기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숨’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제공
일상에서 마주하기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숨’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제공


●“죽어가는 일도 준비 가 필요하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숨’은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을 통해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송해 1927’(2021)을 연출한 윤재호 감독이 카메라를 들었다. 죽은 이의 몸을 닦고 장례를 치르는 유재철 장례지도사, 홀로 떠난 이들의 흔적을 보듬는 김새별 유품정리사, 쇠락한 육신을 이끌고 죽음을 향해 가는 노인 문인산씨 등이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유 장례지도사는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로 노무현, 김영삼,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 6명의 장례를 치른 ‘대통령의 염장이’로도 알려졌다. 수천 명이 넘는 이들을 돌본 그는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운다. 김 유품정리사는 죽은 이들의 남겨진 흔적을 지워 내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란 무엇인지 알려 준다. 윤 감독은 이들을 통해 “살아가는 것처럼, 죽어가는 일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상에서 마주하기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의 한 장면. 시네마달 제공
일상에서 마주하기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의 한 장면.
시네마달 제공




●영화판 ‘정년이’… 여성국극의 예술혼

오는 19일 개봉하는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는 과거 뮤지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여성국극을 조명한다. 판소리 다큐 ‘수궁’(2023)을 연출한 유수연 감독의 신작이다.

여성국극은 6·25전쟁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그 명맥이 희미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다 최근 tvN드라마 ‘정년이’로 재조명받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카메라는 인생을 무대에서 보낸 1세대 여성국극인 조영숙과 그의 제자 박수빈·황지영이 의기투합해 ‘레전드 춘향전’을 제작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여성국극인의 예술혼과 무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묻어난다. 유 감독은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그랬듯, 여성국극은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 세대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을 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상에서 마주하기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당골’의 한 장면.
무빙픽쳐스컴퍼니 제공


●현실 같은 오컬트 호러적 신내림과 저주

역시 이달 개봉 예정인 ‘당골’은 전남 진도의 무속인을 가리키는 ‘당골’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명길(이지은)이 외할머니와 관련한 비밀을 추적하면서 기묘한 현상을 겪는 이야기를 그린 ‘페이크 다큐’다. 상영 시간 3분의1가량의 허구에 나머지는 다큐를 섞어 무속과 굿판, 신내림과 저주를 실제처럼 연출했다. 홍태선 감독은 “오컬트적 요소를 기반으로 공포를 키우고, 다큐의 사실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이런 형식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명길이 진실을 찾기 위해 만난 이들은 실제 인물들이다. 진도씻김굿 기능 보유자인 고 박병천 선생의 아들과 며느리 박성훈·양용은 부부, 강신무(降神巫·신병이라 불리는 종교 체험을 거쳐 입무한 무당) 한윤선·박영자씨, 박주언 전 진도문화원장, 김현숙 전 전라남도 문화재위원 등 12명이 인터뷰를 통해 당골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당골은 지역별로 일정한 영역을 두고 활동했으며 마을 주민들의 감정을 보듬고 복을 빌어 주는 이들이었다.

김기중 기자
2025-03-10 25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