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표용지 부족 사태라니… 선관위, 대체 왜 이러나

수정 2026-06-04 04:20
입력 2026-06-04 03:55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6.3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중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어제 오후 6시 20분 기준 투표용지가 모자라 혼란을 빚은 곳은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등 14개 투표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인천 연수구와 경기 화성시 동탄4동 등을 포함한 총 17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한밤중 대국민 사과에 이어 긴급위원회를 열었고, 국민의힘은 선거 무효소송까지 예고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쿠리 투표’와 ‘투표지 반출’ 사태 등 잇단 부실 관리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선관위다. 하다 하다 선거 행정의 기본 중의 기본인 투표용지 수급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선관위는 사태의 원인을 지난 지방선거보다 높은 투표율 탓으로 돌렸다. 투표용지가 남아 폐기될 경우를 우려해 일정량만 인쇄했는데 투표율이 예상을 웃돌아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만 용지가 인쇄됐다. 유권자의 참정권을 앞장서 보장해야 할 선관위가 이런 낭패를 자초했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에 용지를 긴급 이송하고, 유권자들이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의 경우 밤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과 유튜버들이 투표함 반출을 저지해 선관위가 경찰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부실한 투표 관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부정선거론 같은 음모론에 빌미를 제공해 국론 분열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선거 때마다 선관위 스스로 최대 리스크가 됐다. 이쯤되면 선관위 해체론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2026-06-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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