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수정 2017-04-21 00:09
입력 2017-04-20 22:34
경제 위기·외국인 혐오 넘은 3色 사랑 이야기
사랑은 섹스, 정치는 싸움. 본래 뜻과는 상관없이, 오늘날 사랑과 정치는 심각하게 오염된 채 쓰이고 있다. 물론 추상 개념이 실제 생활에 적용되면 의미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밀한 개념이 단순하고 편한 쪽으로만 굳어진다는 데 있다. 단순하고 편하면 그에 대한 어떤 생각―반성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처음에는 꼭 맞게 보였던 것도 점차 어긋나게 된다. 섹스와 싸움은 사랑과 정치의 요소일 뿐, 그것이 곧 사랑과 정치는 아니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섹스와 싸움을 사랑과 정치라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영화다. 이 작품의 주연을 맡기도 한,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감독은 영화를 만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원래 제목은 다른 뉘앙스를 띤다. 그리스어(Enas Allos Kosmos)로는 ‘또 다른 세계’, 영어(Worlds Apart)로는 ‘(생각 등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이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또 다른 세계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의 세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답한다. 여기에는 경제 위기·난민 유입·외국인 혐오증 등 지금 그리스를 혼란에 빠뜨리는 갈등이 새겨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20대 연인이다. 시리아에서 온 청년 파리스(타우픽 바롬)는 정치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다프네(니키 바칼리)를 겁탈 위기에서 구해 준다. 이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의 위협 속에 난민인 파리스가 그리스에 머물기는 어렵다.
예상한 대로, 영화는 모든 불화의 해결책으로 사랑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답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때의 사랑은 급진적인 정치성을 갖는다. 차이에서 시작된, 위험을 무릅쓴 사랑은 일상을 전복하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 그리스’의 사랑은 그래서 혁명적이다.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 영화칼럼니스트
2017-04-21 25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