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수정 2016-11-14 20:13
입력 2016-11-10 18:06
연인인 듯 아닌 듯 수상한 그녀… 사랑하기 때문에 믿겠습니다
민정(이유영)은 카페에서 카프카 단편집 ‘변신·시골의사’를 읽는다. 재영(권해효)과 만날 때도, 상원(유준상)과 만날 때도 그녀는 이 책을 들고 있다. 이때 민정은 민정이 아니다. 말장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두 남자는 그녀를 보고, 예전에 자신과 안면 있던 민정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걸었다. 그런데 민정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본인은 민정이 아니라고 답한다. 재영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는 민정과 일란성 쌍둥이라고. 그녀의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그런 물음은 둘 중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물음이 둘 다 정답이 될 수도 있다. 카프카를 전유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변신’에서 ‘그’가 벌레인 동시에 사람일 수 있듯이.영수는 후자를 고른다.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 당신을 믿을 겁니다.” 이것은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이전의 영수였다면 “당신이 진실하다고 여겨서 당신을 믿을 겁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 진실은 상관없다.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수는 민정 같(지 않)은 그녀를 온전히 믿을 수 있다. 카프카는 이런 잠언을 남겼다. “진실 된 길은 공중 높이 팽팽하게 당겨진 줄 위가 아니라, 땅바닥 바로 위에 낮게 쳐진 줄 위로 나 있다. 그것은 딛고 가게 되어 있기보다는 오히려 걸려 넘어지게 되어 있는 듯하다.”(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꿈같은 삶의 기록’, 솔, 2004, 498쪽) 영수는 여기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 1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2016-11-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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