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송재정 작가 “차원 이동, 극적인 상황 펼칠 수 있는 멋진 소재”

정서린 기자
수정 2016-09-21 01:23
입력 2016-09-20 17:54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에 관심 자유로운 표현·판타지가 재미
웹툰 주인공이 자기 의지로 만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안전한 흥행 공식만 답습하던 지상파 드라마의 질서를 뒤집어 놨다. 지난 14일 종영한 MBC 드라마 ‘W’ 얘기다. 그 중심에는 시공간의 경계를 장악하며 시청자들을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빠뜨린 ‘장르술사’ 송재정(43) 작가가 있다.MBC 제공
‘W’는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에 이은 그의 ‘차원 이동 3부작’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장르물을 잇달아 만들어 내는 이유는 서사를 한껏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원 이동이란 소재 하나만으로도 생사에 쫓기기도 하고 추격을 벌이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하는 등 굉장히 극적인 상황을 많이 펼칠 수 있어요. 저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특별한 일을 겪는 것엔 관심이 없어요.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겪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
‘W’는 그가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서 마주한 고야의 회화에서 뻗어 나갔다. 입을 벌리고 아들을 집어삼키는 로마의 신 사투르누스를 묘사한 충격적인 작품에서 작가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갈등 관계에 붙들렸다고 했다.
“자식을 가지면 내가 이 아이에 대해 어느 정도 소유권이 있느냐,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느냐 등 질문이 많아지죠. 20년간 글을 쓰면서 이른 결론은 대본은 제 것이지만 작품은 제 것이 아니란 거예요. 해석은 시청자의 몫이거든요. 대본을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고 대본은 앞으로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등 잠재적인 작가들이 ‘나라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하고 그 자리에서 작품을 고치며 놀아 봤으면 좋겠어요. 아마추어분들이 제 대본을 더 멋있게 고쳐 주시길 바라요.”
송 작가의 최근 작품들은 끝 간 데 없는 상상력에 더해 스릴러, 미스터리 등 무거운 코드가 섞이지만 사실 그의 출발점은 시트콤이었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이 대표작이다. 공동 창작을 기본으로 하는 10여년간의 시트콤 경력은 작품을 쓰는 동력이 됐다.
송 작가는 남미 문학에서 나타나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대중문화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엔 ‘CSI’, ‘살인의 추억’ 등 논리나 과학을 중시하는 현실적인 드라마와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지금은 지겨워졌어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을 몇 년 읽다 보니 논리가 아닌 개인의 사고로 이끌어 가는 자유로운 표현 방식, 판타지가 더 재미있고 그게 더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싶어요. ‘W’는 초기 단계에서 그걸 실험해 본 거죠.”
남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다운 대답이었다. 그의 상상력의 원천은 어디일까.
“요즘 조카들을 보면 놀이도 특정 장소에 가서 하고, 책도 학원에서 읽더군요. 기술적인 건 중요하지 않고 놀면서 온몸에 체화돼 있어야 해요. 상상력은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무모하게 놀면서 융합이 되는 거거든요. 제가 사막처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일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9-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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