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클랜’

홍지민 기자
수정 2016-05-08 23:55
입력 2016-05-08 22:58
자상한 가장이면서 극악무도 범죄자… 평범한 가족의 ‘두 얼굴’
아르헨티나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굴곡진 현대사를 갖고 있다. 1976년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또 1983년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패하며 민주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독재에 저항했던 정치인과 교수, 학생, 노조원 등이 숱하게 납치·감금·고문·살해·실종됐다. 피해자 규모만 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푸치오 가족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제 아무리 냉혈한이라도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이러한 생각을 박살 내 버린다. 자신이 살기 위해 가족의 희생을 강요하는 가장의 모습에서 지옥에서 헐떡이는 아귀의 얼굴이 엿보이는 듯하다. 엄하지만 자상한 가장이면서 한편으론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길예르모 프란셀라의 연기가 그만큼 돋보인다.
영화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흥겨운 로큰롤 등이 배경음악으로 자주 깔린다. 인질들의 비명 소리는 이러한 음악 소리에 빈번하게 묻힌다. 끔찍한 범죄들이 잇따랐던 사회적 상황과 상관없이 가볍고 경쾌한 팝송이 유행했던 198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한다. 2000년대 아르헨티나 영화계를 대표하고 있는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이 무거운 소재로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거머쥐었다.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6-05-09 20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